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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돌아온 란코시다양한 맛의 삶 2026. 3. 28. 16:28
란코시에서 지내는 중 가미후라노 호스트로부터 메일이 왔는데, 개인사정으로 인해 우핑이 어려울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일주일간의 일정이라 그 기간동안 관광을 하며 돈을 쓰기엔 이미 많은 돈을 써버렸다.
곤란해하던 찰나 마노상과 모에상이 그때 일정이 없으니 한 번 더 우핑을 해도 괜찮다고 하여 야무베쓰에서 우핑을 마치고 다시 란코시로 가기 위해 먼길을 떠나고 있다.
직선거리 약 300km에 서울에서 부산보다 조금 더 가까운 정도이지만,
교통망과 도로망이 열악한 홋카이도 특성상 가는데만 기차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야하고, 시간은 12-14시간이나 걸린다.
전에 란코시에서 우핑할때 함께 딸기 수확을 했던 사키상이 란코시에 돌아올때 길이 머니 삿포로의 자기 집에서 하루 묵고 가도 괜찮다 하여 삿포로에 다시 들렀다.
사키상 집 근처 목욕탕에서 만나기로 해서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딸기밭에서 잠깐 인사하고 이야기 나눈게 다라서,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친절히 맞아주어 감사했다.
다음에 자기네 집에 묵게되면 한국요리를 알려달라는 조건으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거라 목욕을 마치고 나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여자 혼자사는 집에 오니 별 마음이 없었는데도 왠지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며 요리하는게 취미라는 사키상이 맥주마시며 하라고 시원한 맥주를 한 캔 냉장고에서 꺼내주었다.
나도 가장 좋아하는 취미라며 건배를 하고 요리를 알려주며 옆에서 조금씩 저녁준비를 도와줬다.
작은 주방에서 뚝딱뚝딱 금새 간장돼지불백이랑 시금치,숙주나물을 만들어 저녁상을 차렸고 쇼츄도 좋아하는 사키상 덕에 맥주는 물론 쇼츄도 마시며 천천히 밤 늦게까지 먹고 마셨다.
온주쿠에서 아유미상이 선물로 준 직접 담근 간장으로 드디어 요리해봤다. 랩으로 꽁꽁 싸맸는데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가스가 나와서 터져버려서 가방 사이드 포켓이 간장 범벅이였다. 
차린건 별로 없지만 맛나게 먹어주었다. 나도 남자인지라, 외간여자의 집에서 이러고 있는게 꽤 설레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나, 보는이가 기대할만한 스토리는 없었다.
사키상은 지금은 일을 쉬고 있지만 원래는 간호사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보니 감정노동에 힘이 부쳤다고.
나도 한국에서 일하며 노동의 강도보단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아 그것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지라 마음이 이해가 갔다. 원래는 히로시마 출신이라는데 전에 무카이시마에서 우핑을 했다고 하니 그 근처가 원래 고향이라고 해서 반가웠다.
홋카이도는 몇 년 전 부모님이 와이너리를 하기 위해 같이 이주했다고 하는데, 마노상네보다 먼저 란코시에 오셨어서 마노상네 가족이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받으며 지내서 옛날부터 알고지내는 사이라고 했다.
온주쿠에서부터 맛이 간 카메라가 아직도 말썽이다. 먹다가 살짝 정리하고 쇼츄로 갈아타서 마시는 중 찍어봤다. 
사키상네 부모님 농장소개 글.
다음날. 마침 사키상도 란코시에 돌아갈 일이 있어 사키상의 차도 얻어타고 드라이브를 하며 란코시로 향했다. 중간에 동네 축제랑 미치노에키에도 들러 구경할 겸 마노상네 선물을 사서 마노상네 도착했다.
조금은 멋쩍다는 듯이 맞아주는 마노상. 간만에 재회에 나도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줄곧 내가 돌아갈 곳이란 있을까? 싶었는데, 처음으로 내가 돌아갈 곳이 있구나를 느끼고, 돌아갈 곳에 다시 만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허전한 내 마음을 배부르게 해주었다.
반갑게 마노상의 가족과 다시금 인사를 나누며 사키상은 부모님네로 돌아갔다.
내가 뭐라도 갖고 있으면 좀 주고 싶은데, 가진거라곤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몸뚱이와 몸통만한 배낭 두 개 뿐.
그 안에 그렇게 많은 짐이 있는데 줄 건 없다니. 가진게 있어도 줄건 없다는 사실이 무척 아쉬웠다.
고작 3주 만에 돌아왔는데 이 집과 란코시의 풍경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아마 지난 3주간의 여정이 꽤 고달팠기 때문이리라.
오후늦게 도착한 터라 딱히 도울 일은 없었고, 저녁식사 준비만 좀 거들고 식사하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안주삼아 또 마노상과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
동네 축제에 잠깐 들렀는데, 사키상이 사줬다. 남미 음식이였던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미치노에키에서 신기하게 생긴 야채가 있어 사보았는데, '유리네' 란다. 찾아보니 백합의 뿌리인듯. 약간 밤? 고구마? 맛이 나는 야채였는데 일본에선 보통 밥 할 때 넣어 먹거나 조려먹는다고 한다. 생으로 먹어보니 사각사각 씹힌다. 작게 잘라 전을 부쳤다. 손질이 좀 귀찮다. 
첫 날 저녁! 진수성찬이다. 호르몬철판볶음에 유리네야채지지미. 전에 내가 만든 쌈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들 잘드시더만 모에상이 직접 만들어 봤다며 내게 맛보여주셨다. 맛났다. 맛나게 즐겨주셔서 너무 기뻤다. 
저녁식사 후 다같이 도둑잡기. 오랜만에 하니 재밌었다. 
몇 판 하고서 대화나누며 쌓은 트럼프카드 탑. 내가 제일 높게 쌓았다.
이번엔 저번보다 길게 10일정도 머물렀는데, 지내는 동안 양파수확, 비닐하우스 정리, 잡초제거 등의 밭일을 돕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마노상과 요리도 많이 해먹었다.
딸기가 철이였던 저번과 다르게 쥬키니가 철이였어서 항상 쥬키니가 많이 남았었다. 쥬키니로 애호박나물볶음 처럼 해먹기도 하고, 스프에도 넣어먹고, 그냥 구워서 먹기도 하고, 파스타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애호박나물볶음을 갈아 파스타소스로 사용해 파스타를 해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해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마침 내가 있는 동안 출장요리를 같이 가게 될 예정인데, 이탈리안 코스라 파스타가 들어가기 때문에 쥬키니 파스타로 하면 어떻겠냐며 내게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가족모두 맛있다며 분명 손님들도 좋아할거라며 파스타를 내가 맡게 되었다.
밤늦게까지 다같이 코스를 어떤식으로 어떤 음식을 낼지 고민하고 얘기하며 며칠 전부터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준비했다.
전에도 한 번 출장요리를 부탁했던 손님인데, 일본의 세무지원회사의 대표라고 한다. 요테이산이 눈 앞에 떡하니 보이는 으리으리한 별장에서 한다는데 기대가 됐다.

품종을 뭐라고 했더라 .. 학명으론 crockneck squash로 불리는 듯 하다. 
잘게 다이스를 썰고 
참깨와 들깨를 알맞은 비율로 섞어 빻아 넣고 
완성! 다 갈면 식감이 하나도 없으니 몇개는 살짝만 볶아 따로 빼둔 후 위에 뿌려줬다. 
마노상이 끓여준 토마토 야채스프. 너무 맛있어서 코박고 먹었다. 밥을 말아먹어도 맛있고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다. 매콤하게 페페론치노를 조금 부셔넣어도 맛있다. 
이것도 미치노에키에서 신기해서 사봤다. 한국에도 있긴한데 나는 본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꽈리'라고 하는 모양인데, 일본에서는 '호오즈키'라고 한다. 맛은 뭐랄까 살짝 맹맹하고 물맛나는 블루베리..? 
양파 수확 중 째깐한 양파가 귀여워서. 대부분이 다 작긴 했는데, 따로 비료를 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크기가 비대해지지 않아서 인지 크기는 작지만 맛이 옹골차다. 
일하다 발견한 멋진 색깔의 개구리. 청개구리 같은데 약간 톤다운된 컬러가 멋지다. 
こんにちは 
매일 밤 실내의 빛을 보고 달겨드는 벌레들을 먹기 위해 모여있는 개구리들. 3주만에 보지만 언제봐도 귀엽다. 
일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다가 한 컷. 간만에 사진을 보는데, 지금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하늘과는 완전 딴세상같다.
출장당일. 차에 피자오븐이며 아이스박스며 온갖 짐과 재료들을 싣고 별장으로 향했다. 듣던대로 엄청난 갑부인듯, 별장은 외딴 산 중턱에 위치해 있고 조망이 끝내준다.
큰 양문을 열고 들어가면 2층으로 가는 계단이 계단참 위에 양옆으로 나있다. 왼쪽으로 올라가니 주방겸 거실공간이 나오는데 엄청나게 큰 통창문 뒤로 요테이산이 큰 크기의 사진처럼 보이는 풍경은 이것이 자본주의의 맛인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코스 시작하기까지 준비시간이 있어서 재료와 조리도구를 세팅하고 미리 전처리 해놓을 것들을 해놓았다.
코스는 샐러드와 피자 몇 종류, 메인인 생선요리와 내가 만든 파스타. 그리고 디저트로 준비되었다. 손님들께서 다들 맛있게 드시고 계신지 지켜보는데, 피자 귀퉁이는 다 남기는 것을 보고 역시 부자는 다른가 싶은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남겨진 귀퉁이들이 아깝고 불쌍했다.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정리하고 나니 밤 11시 쯤이 되었다. 처음 해보는 출장요리인데다, 내 일도 아닌 마노상과 모에상의 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신경쓰며 하느라 진이 쏙 빠졌다.
그래도 역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잘맞고 에너지가 좋으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힘이난다. 두 분다 열심히 하시니 되려 대가없이 돕고 싶은 마음도 들고. 덕분에 나도 간만에 재밌게 일했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감사했다.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늦게까지 정리했던지라, 돌아가서 밥을 만들어 먹기엔 힘에 부쳐 근처 라멘집에서 간단히 떼우고 집에 돌아와 마노상과 수다를 좀 떨다가 1시 쯤에나 잠에 들었다.
출장요리때 준비했던 재료들과 음식이 조금 남아서 마침 전에 요이치의 와이너리에서 우핑을 할 때 선물로 받은 와인이 배송왔겠다, 마노상과 모에상의 친구분과 따님도 불러 다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밭에서 갓 따온 야채로 샐러드를 만들고 마노상이 반죽부터 직접 구운 피자와, 내가 만든 쥬키니파스타, 생선요리와 디저트까지. 거기에 와이너리에서 받은 와인까지 더해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마노상의 마르게리타 피자. 도우가 너무 맛있다.. 
하나 구매하고 싶어서 와이너리 견학할때 구매한다고 하니 그냥 선물로 주셨다. 다같이 맛나게 마셨다. 
밭에서 뜯어온 야채들로 프로슈토 샐러드도🥗
쉬는 날에는 아침을 먹고 해먹과 책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 동네를 돌아다녔다.
천 옆에 공원 나무사이 그늘에 해먹을 치고 책을 좀 읽다 낮잠을 두시간이나 자버렸다. 자고나서 멍해진 채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슬렁슬렁 돌아가는데, 저 멀리 거짓말같이 생긴 요테이산과 흐르는 천을 보니 잠에서 막 깬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딘가 비현실적인으로 보여 가다가 멈춰 멍하니 바라만 봤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햇살은 뜨겁지만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집에 돌아오니 마노상이 동네 절에 서예를 가르쳐주는 할아버지가 있다고 해서 배워보겠냐 물었다.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서예를 배웠던 기억이 인상깊었었는데, 성인이 되고 난 후 언젠가 추사 김정희의 관련된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 필체가 너무 멋있어 취미로 서예를 배워볼까도 했던터라 재밌을 것 같아 배워보기로 했다.
마노상은 나를 절에 데려다 주고 할아버지에게 소개시켜준 뒤 끝나면 데리러 온다고 집으로 돌아갔다.
절에는 나 말고도 초등학생들 몇 명과 영어 원어민선생님으로 온 외국인이 한 명 있었다.
전에 서예영상을 이것저것 찾아봤을 때 마음을 경건히 하고 벼루에 먹을 갈며 글쓰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명상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어 차분히 먹을 갈아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준비되어있는 먹물로 글을 썼다.
거의 20년 만에 잡아보는 붓인데 초등학교때 느꼈던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연필과 볼펜과는 다르게 힘으로 눌러 쓰는 것이 아니라, 팔에 힘을 조절하며 종이 위를 살살 핥듯이 써가는 느낌은 구름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쓴다는 행위에 집중해가며 온 신경과 마음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글을 쓰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노상의 토마토파스타. 마노상의 요리는 너무 맛나다. 
가지, 숙주, 시금치, 쥬키니로 나물을 만들고 그린빈을 넣은 멸치볶음. 그리고 간장양념을 만들어 비빔밥을 해먹었다. 이때는 수학여행으로 하룻밤 묵게된 여고생들도 함께 저녁을 먹게되었는데, 내가 비빔밥을 만들어 대접했다. 매운걸 못먹는다고 해서 간장양념으로 했는데 모두 맛있게 먹어주어 고마웠다. 후에도 가족들이 비빔밥이 너무 맛있다 하여 몇 번이고 더 만들어 먹었다. 
혼슈에 사는 마노상의 친구분이 보내주신 에다마메. 생 에다마메는 진짜진짜 맛난다. 완전 술도둑. 
‘マクワウリ’ 우리말로는 참외. 일본에서도 옛날부터 먹어온 과일이라는데 일본에서 처음 봤고, 파는것도 한번 못봤다. 우리나라 참외와는 품종이 조금 다른듯. 향과 맛이 조금 더 옅다. 과일이라면 뭐든 단것을 선호하는 일본인들 입맛에는 관심이 없는듯. 달지 않아서 꿀을 뿌려먹기도 한다니. 참 불쌍한 과일이 아닐 수 없다. 
색깔만큼이나 맛과 향도 우리나라 참외보다 조금 덜 여문것 같은 느낌이다. 
마쿠와우리와 방울토마토, 오이로 만든 태국식 계란튀김 샐러드. 다들 맛나다해서 몇 번 더 해먹었다. 
카오만까이도 만들어 계란튀김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점심에 먹은 빵인데, 오이와 토마토, 후추, 말돈소금, 질 좋은 스페인산 올리브유만으로도 너무 맛있었다. 
삶은 닭고기와 오이, 방울토마토로 만든 샐러드. 들깨가루, 와사비, 식초, 소금, 간장으로 간을하고 우메보시를 빻아서 소스를 만들었다. 
마노상의 함바그. 밥과 먹어도 좋고 맥주와 마셔도 좋다.
주말에는 세타나에서 우핑할때 만난 우츠키상과 아이들이 란코시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나도 만날겸 마노상네 들러주었다.
재회는 분명 감격스러운 뭔가가 있다. 우츠키상네와 마노상네 가족을 서로 소개시켜드리는데 꼭 이바라키에서 사쿠야상이랑 논상을 서로 소개시켜주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일본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어른들끼리 편히 이야기하게 해드리려고 아이들을 데리고 2층에 내 방에 데리고 가서 놀아줬다.
다시 만났지만 역시 아직도 개구장이들이다. 이것저것 만져보려고 하는데 마노상의 턴테이블을 관심을 가지기에 떼놓느냐고 힘 깨나 썼다.
다시금 느끼지만 우츠키상이 참 대단하다 느껴졌다.
짧게 한두시간 정도 밖에 없었는데, 나는 애들을 봐주느라고 우츠키상이랑 간만에 봤는데도 몇마디 대화밖에 나누지 못해 아쉬웠다.
아이들은 더 놀고싶은지 가기싫다고 떼쓰지만 우츠키상에겐 어림없다.
우츠키상과 아이들과도 또 한번 작별인사를 나누며 다음에 홋카이도 오면 또 란코시와 함께 들리도록 하겠다 약속하고 헤어졌다.
세타나에서 떠나기 전 다같이 찍은 사진. 가족들도 소들도 고양이들도 다시 보고싶다.
매일 밤엔 전과 같이 마노상과 밤 늦게까지 노래를 들으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마노상도 나와 비슷하게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터라 한쪽에서 말을 끝내지 않으면 대화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돌아오기전에 유럽인 커플이 다녀갔는데 말이 안통하니 답답했다며 내게 하소연을 했다.
또 수학여행으로 하룻밤 묵고 갔던 고등학생들은 입맛이 까탈스럽다며 하소연을 하는데, 나랑은 대화도 입맛도 잘맞아 좋다며 꼭 친구 같다고 말하는데 나를 아껴주시는구나를 느껴 감사했다.
10일 동안의 시간이 어째 지난번 보다 눈깜짝할 새에 지나간 것 같다. 떠나기 전날 밤 씁쓸한 맘을 안은채 방에서 선물로 사온 노트 첫장에 편지를 적었다.
그간 우핑을 하며 연차가 좀 된 호스트들은 우퍼들을 위한 방명록을 하나씩 갖고 계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노상네는 내가 두번째 우퍼인지라 방명록이 없어서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사키상과 함께 오는길에 사왔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할길이 이것 뿐이라 천천히 정성을 담아 한글자 한글자 적었다. 떠날 채비를 하기 위해 짐을 챙기는데 떠나는 날도 적응이 안되지만, 떠나기 전날 짐을 정리하는 이시간도 당최 적응이 안된다. 하지만, 인생사 모든 것이 왔으면 떠나는게 순리라 생각하는 수밖에.
모에상 밭의 흙. 시커멓고 축축하다. 냄새는 뭐랄까 자연스러운 냄새가 난달까. 나도 언젠간 이런 흙을 갖게 될 수 있을까? 
육개장이 땡겨 만들어 먹었는데 다들 맛있다며 잘드셨다.
떠나는 날. 아침을 먹고 기차시간까지 조금 남아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며 기다렸다. 분명 나만 아쉬운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였던듯, 전날 아침과 다르게 어딘가 다들 숙연한 분위기다. 머지않아 기차시간이 돼서 다같이 란코시역으로 향했다. 아직 시간이 몇 분 남아서 역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부부가 지내는 동안 출장요리, 밭일, 요리 등등 도와줘서 고맙다며 적은 돈이지만 받아달라며 돈이 담긴 봉투를 내게 건냈다.
그동안 내가 받은게 얼마나 많은데 또 이렇게 나에게 뭔가를 주려고 하는지 참... 내가 드릴거라곤 어제 밤에 쓴 방명록 밖엔 없어서 나도 선물이 있다며 건냈다. 다른 호스트들은 우퍼 방명록을 두고 있는 곳이 많아서 사왔다며, 맨 앞에 첫번째 방명록이자 편지가 써있으니 읽어보시라고 드리자, 모에상이 고개를 푹 숙인채 숨죽여 울었다. 그 모습에 나도 금방이라도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울지못했다.
기차는 제 시각에 맞춰 도착했고, 가족들은 내가 타는 기차 문 앞까지 바래다 주었다. 문이 닫히고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마노상과 그 뒤에서 인사하는 모에상과 하루짱이 멀어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참았던 눈물이 똑똑 흘렀다.
이 감정은 좋은건지 나쁜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마 평생 모를 것 같다.
가족사진!📷 
항상 떠나는 자에 입장에서의 아쉬움을 느끼지만, 떠나보내는 자에서의 입장은 또 어떨까 싶다.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아무튼 이별은 늘 아쉽다. 아쉬워야 다시 찾아올 이유가 있는거겠지. '다양한 맛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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