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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비후카다양한 맛의 삶 2026. 4. 7. 10:59
란코시에서 먼 길을 달려 이번엔 홋카이도의 북쪽에 위치한 비후카에 도착했다.
비후카도 마찬가지지만 홋카이도의 외진 지역은 뭔가 그 특유의 동네분위기가 있다.
뭔가 급조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계획적인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하긴 원래 이 땅은 야마토민족의 땅이 아닌 아이누족의 땅이였으니 그렇게 느낄 법도 하다.
확실한 건 누가 봐도 일본 본토의 분위기와는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하루만에 비후카로 가기에는 환승도 여러번 해야하고 시간도 10시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삿포로에 머물게 됐다. 간만에 땡겼던 베트남 음식을 먹었는데, 일본은 확실히 우리나라와 다르게 같은 베트남 음식이더라도 뭔가 작은 접시에 조금조금 나오고 세트로 파는걸 좋아한다. 이런걸 보면 진짜 백반이 얼마나 가성비가 좋고 대단한가 생각이 든다. 
양이 적어 추가한 볶음면. 면은 인스턴트 라면 느낌. 
삿포로에 들릴 때 마다 갔던 나카지마공원. 일본에서 갔던 공원 중 가장 좋았던 공원일지도. 
삿포로에서 먹은 츠바메라멘. 니가타현의 고토치라멘인데 스스키노에 팔길래 먹어봤는데 자극적이지만 맛있다. 언제 니가타가서 먹어보고싶다. 
일본에서 가장 추운곳은 아사히카와라고 알고있는데, 여기도 만만찮은가 보다. 하긴 여기 근처니까. 이번 호스트의 집은 비후카역에서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하는데, 워낙 외진 곳이라 다니는 사람이 없어 따로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도 20-30분 가량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도착한다.
주변은 이웃 양을 키우는 목장과 숲, 나무, 강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간 일본에서 20곳이 넘는 곳을 다녔는데, 이토록 외진 곳은 처음이였다.
오후 두세시경에 도착했는데, 목장을 운영중인 호스트 사토시상은 오전 업무를 마치고 쉬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2층에 있는 방을 안내 받기 위해 집 안에 들어섰는데, 1층 부엌과 화장실 가는 복도 빼고는 집 안 바닥 전체가 골조를 빼고 전부 드러나 있다.
이런 집은 또 처음이라 당황했는데 알고보니 보일러 설치를 위해 공사 중인데 좀 처럼 시간이 나질 않아서 이렇게 생활 중이란다.
방 외에도 부엌, 욕실, 화장실 등을 안내 받았는데 집안 환경이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꽤 충격을 받을 법한 환경이었다.
도울 것이 있는지 여쭸는데 지금은 없고, 오후 4시30분 쯤 도와주면 좋겠다고 하여 방에 짐을 풀고 근처를 좀 돌아볼 겸 산책 후 오후 업무를 도와드렸다.
오후 업무와 오전 업무는 동일하다. 방목해놓은 소들을 축사로 몰고, 사료급여, 착유, 다시 방목, 축사 청소.
일은 어려운 것은 없었고, 목장은 이번이 4번째라 어느정도 목장일에 익숙해진 감도 없지 않았다.
첫 날 오후 업무를 마치고 사토시상이 만들어둔 카레로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화장실가는 복도와 부엌을 제외하고는 바닥이 다 저렇다. 욕실은 버려진 창고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하루이틀 지내고 나니 적응돼서 불편한건 전혀없었다. 오히려 야무베쓰에서 지낼때 처럼 깔끔하게 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후후 목장에서 지내면 누릴 수 있는 특권. 갓 짠 우유 마시기.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더 신선하고 농후한 맛이다. 
축사 안 컨베이어벨트 체인이 빠져 움직이질 않아서 함께 낑낑거리며 수리했다. 똥산에 오른 개와 사토시상.
사토시상은 오사카 출신인데, 축산쪽을 공부했고, 십몇 년 전. 홋카이도로 이주해 살고 있으며, 세타나의 목장을 운영중인 우츠키상네 부부와도 아는 사이였다.
또, 기러기 아빠이며 현재 혼자 살고 있고, 3명의 아이들은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직 나이가 어려서 아내분이 함께 캐나다에서 생활 중이라고 한다.
혼자 산지는 몇 년인가 됐고, 오지에 살고 있기도 해서 꽤 외로울 법도 하지만 오히려 결혼과 육아를 일찍 시작했었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되어 좋다고 하신다.
취미도 다양하게 즐기시는데, 바이크 패킹, 요리, 농사, 원예, 겨울에는 스키를 맨날 타시고 요즘에는 베이스 연주이 푹 빠져 지내는 동안에도 식사 후와 자기전에 베이스 연습을 하시곤 했다.
호스트 프로필에서 봤는데, 타샤 튜더의 라이프스타일을 존경하며 본인도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사토시상은 가능한 자급자족적인 형태로, 꽃과 먹을 야채들을 직접 가꾸고 있고, 수만평은 될 것 같은 너른 들판에 소들을 풀어놓고 자연을 만끽하는 삶은 못해도 도시사람들 보다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타샤 튜더의 삶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다.
매일 방목한 소들을 축사로 몰 때. 특히 첫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5시 이른 새벽.
아직 새벽안개가 희뿌옇게 가라앉아있고, 동이 채 트지 않아 몽환적인 분위기의 들판은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오전 5시란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비몽사몽한 상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소들이 어디로 나가있는지 찾은 후 소 모는 소리를 내며 초록내음 가득한 들판을 걸어 강을 건너 목장으로 돌아가는 일은 별거 없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이 대자연을 충만하게 만끽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목장에서 키우는 보더콜리. 1살 밖에 안됐는데 나름 소를 몰 줄 안다. 촐랑촐랑한게 귀엽다. 
강을 건너고… 숲을 지나고 … 목장으로 돌아가는 길. 매일매일이 모험같았다. 
태어난지 몇 주 안된 송아지들 중 가장 먹성 좋은 녀석. 먹보야~ 먹보야~ 하며 매일 얘만 우유를 쪼금 더줬다. 자기 분량 다 먹고도 옆에 송아지들 우유를 탐내며 울타리 사이로 대가리를 빼고 입맛을 다시는 중. 다 먹고나면 아쉬운지 우유통을 걸어둔 쇠 걸쇠를 쪽쪽 맛나게도 빨아댔는데, 어찌나 맛나게 빠는지 무슨맛이 날까 궁금해 나도 빨아볼뻔 했다. 
목초지 어딜가나 보이는 유방을 닮은 버섯. 왠지 식용가능할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식용버섯인 큰갓버섯 아니면 독버섯인 흰갈대버섯인 것 같다. 외에도 다른 버섯도 많았고, 일본 시골에서 지내며 버섯사냥하러 다니는 사람도 몇 봐와서 귀국하면 산을 다니며 버섯사냥도 해보고 싶다. 
홋카이도에서 유독 많이 봤는데 색과 무늬가 너무 이쁜 나비다. 이름은 제비나비.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이른아침. 숨을 쉴 때 마다 녹음이 폐속으로 가득차는 듯한 기분에 자연과 하나됨을 느낀다. 부지런하게 새벽부터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보면 나도 일찍일찍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단 생각도 든다. 소 모는 소리를 내며 무릎높이까지 자란 목초지를 뛰어다니는건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아침운동. 몸과 마음이 자연으로부터 정돈되는 귀중한 시간이였다.
목장일 외에도 사토시상과 요리도 다양하게 해먹었다.
하루 업무시간이 대략 4-5시간 밖에 되지 않아 따로 휴무가 없지만, 대신 마을 이벤트나 여러 체험들을 시켜주시려고 노력해주셨다.
언제는 마을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이 지역 특산물 중 하나인 메밀로 소바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마을 운동회에도 함께 참여했다.
혼자서도 업무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녀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외진 곳을 돌아다녔다간 진짜 곰이라도 마주칠까 무서워서 관뒀다.
대신 방목지내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보러 가거나, 송아지들을 구경하거나 여기서 키우는 개와 양과 놀거나 피곤하면 낮잠을 자며 개인시간을 보냈다.
사토시상이랑 뭐 만들어먹을까 하다가 스프링롤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늑맘소스 만드는 법이랑 스프링롤 마는 걸 알려드리고 함께 먹고싶은 재료 넣어가며 재밌게 만들어 먹었다. 재료는 오이, 피망, 배, 오크라, 당근라페, 소면. 
얇은 쌀면인 버미셀리가 없어서 대신 소면으로 했고, 무절임 대신 당근라페를 만들어 넣었는데 맛났다. 
오크라가 있어 단면도 맛도 식감도 더 재밌어졌다. 
사토시상과 저녁먹으며 음식얘기를 하던 중. 자기네 소고기는 물론 소꼬리도 먹는다고 하여 다음날 소꼬리로 요리해먹기로 해서 해동시켜놨다. 소꼬리는 사실 먹어본적도 많지 않고, 요리해본적도 많지 않지만 일단 해본다. 
소꼬리 단면 
압력솥에 대파, 양파, 마늘, 생강, 술, 후추를 넣고 삶아서 살만 바르고 고춧가루를 뺀 부추겉절이를 만들어 곁들여 먹었다. 끓이고 남은 스프도 함께 먹었는데, 잡내가 조금 났지만 나름 맛있었다. 
이번에는 김밥. 스프링롤 만들어 먹은게 재밌어서 준비했다. 재료는 깻잎, 오이, 버터에 구운 아스파라거스, 계란지단, 다시와 가츠오부시 참기름에 버무린 시금치, 줄기콩간장볶음, 오크라, 당근라페. 
사토시상에게 김밥 마는법 알려주는 중 
짠 완성! 이쁘게 맛나게 잘 말렸다. 오크라는 김밥이든 스프링롤이든 잘어울린다. 
소바만들기 체험을 했는데, 재밌었다. 언제 여름에 강원도 봉평메밀가루로 직접 면도 뽑고 쯔유도 만들어서 자루소바를 해먹어야지. 
조금 굵게 썰어버린건 온소바로. 
사토시상이 만들어준 육수에 온소바. 소바하면 항상 자루소바만 먹었는데, 온소바도 너무 맛있다. 온도가 높으니 메밀향이 확 사는게 아주 좋다. 
사토시상이 해준 사슴 스테이크. 지인이 사냥한 사슴고기인데, 먹어본 사슴고기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 시뻘건 육색만큼이나 고기의 산미가 찡하다. 소고기 안심에 배는 되는 산미와 맛. 
밥 반찬으로 최고라서 쌈싸먹었다. 깻잎은 일본에서 좀 처럼 보기 어려운데, 사토시상이 좋아해서 재배중이라고. 밥위에는 야마와사비간장절임. 향긋한 깻잎향과 야마와사비의 알싸함. 찡한 산미가 나는 사슴고기와 고기를 굽고 나서 팬 그대로 버터와 간장, 사케를 넣어 졸여 만든 사토시상의 스테이크 소스의 조합. 너무 맛났다. 
마을주민 운동회에 얼떨결에 참가해서 별 게임에 참가해서 상품으로 과자도 받았다. 행사 스태프 중에는 이 마을사는 한국분이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한국인을 만날줄이야 하며 서로 놀랬다. 
사토시상네 동네 사람들과 한 컷. 꽤 재밌었다.
오사카 사람치고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라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역시 함께 열심히 일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니 친해질 수 있었다.
나도 야무베쓰의 호스트 요시상 때문에 바이크패킹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언젠가 한국에 바이크패킹을 하러 놀러오겠다며 라인아이디도 주고 받았다.
목장 특성상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서 그런지 일주일이란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로 비후카역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버스가 도착하고 사토시상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에 올라탔다.
홋카이도에서의 일정은 여기가 끝이다. 이제 다시 본섬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그간 홋카이도에서의 추억들이 많다. 멋진 자연과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서 그런지 떠나는 마음이 유난히 심란하다.
홋카이도는 어딘가 꿈같은 섬이다.'다양한 맛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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